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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ny Ilmo Koo
Johnny Ilmo 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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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참 쉽다

SNS에 난무하는, 자기 회고/반성적인 글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SNS내 명성을 올리고 자기성찰 자랑하는 글에 지친다. 정말 대충 읽으면 정말 겸손해 보이는 자기회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결국 불특정 다수나 같이 일하는/일했던 동료, 팀원, 상사를 저격하는 뒷다마적인 내용들도 많다. 지나치게 교휸적이고, 인사이트가 풍부하게 담겨있는 자기계발서적 글들이 그러하다. 책에서 봤을 법한 내용들이 많고, 생각보다 중복된 교휸들이 마구 짜집기 되어있다.

이런 글의 특징은, 좋아요와 공유 횟수가 많은 편이다. 또한, 실제 그 사람과 같이 일해본 동료들의 엄지척 보다는, 단 한 번도 같이 일해보지 않았지만, 그의 공감대 높은 글과 말을 통해 추정&추종하는 SNS친구들의 호감도가 높다.

또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사용된 용어들이 어렵거나 실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끌어내기까지 전개가 상당히 길거나 직진하지 않고 돌아간다.

솔직하고 진짜 겸손한 글은, 지나치게 자신을 깎아내리지도, 그렇다고 자신을 지나치게 로켓에 태우지도, 남들에 대한 저격이나 훈수를 돌려하지도 않는다. 솔직하게 단순하게, 유머와 위트를 가지고 쉬운 단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글들의 특징은 한 번에 써내려간듯한 느낌이 있으며, 어려운 문어적 표현보단 구어적으로 실제 오프라인 현장에서 음성으로 들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글들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은 SW개발자 임백준 형님의 SNS 포스팅 들이다. 매 번 반말로 짧게 유머러스하게 글을 쓰시지만, 그 안에 진정성과 솔직함, 엄청난 전문성과 때론 어설픔까지 모두 있는 그대로 담겨있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글은 누가 봐도 눈에 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그런 글들은 고유하고 개성이 강한 편이다.

SNS에서 이야기하는게 다 별로라는 말이 아니다. 그 글들을 과거 함께 일했던,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작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일 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뭘 잘 모를 때, 실제 쳐 맞아보기 전까진 순수하고 이상적인 이야기를 전혀 어려움없이 이야기할 때가 있다. 특히, 조직의 맥락과 관계 없이 하는 피반은 매우 쉬운데 나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 그럴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리디 배기식 대표님께 조직/인사 관리에서의 어려운 문제들을 나누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시는지 질문하는 기회가 있었다. 대표님은 '정면돌파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솔직하게, 차분히 그냥 바로 이야기한다'라고 하셨다. 대표님 답변에 요행(workaround), 테크닉는 보이지 않았다. 경험과 연륜이 많을수록 기본적인 내용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와 문제 해결의 본질은 수백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말은 참 쉽다. 반면, 행동은 그렇지 않다. 내가 가장 신뢰하는 현재 동료 임원는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의 말을 믿지 말고, 그 사람의 결정과 행동을 믿는다'. 매우 맞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강하게 이야기하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다 말해도, 그것은 결국 나의 행동에서 증명되는 것이지 말과 글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말과 글은 빚이다. 동료들이 기억하는 나와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 사이의 갭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정진하는 것은 언제나 유효하다. '자기 객관화'라는 단어 역시 다소 어렵거나 직관적이지 않은 것 같아 풀어 쓰는 노력으로 봐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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